●정부기관에서도 소셜 마케팅?
부산경찰의 계보를 이은 충주시 홍보 성공으로 보는 공공마케팅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주시 공공기관과 유튜브, 두 사람은 공익과 사익이라는 극과 극의 위치에 놓여 있어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인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공익을 위해 운영되지만 유튜브는 높은 조회수와 구독자 수에만 집중하고 이익 추구만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유튜버 못지않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채널이 있다. 해당 채널은 500만 회에 구독자 18만 7천 명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했다. 바로 김성태 주무관이 운영하는 충주시 공식 유튜브 얘기다.
공무원 관춤 충주시 공식 유튜브누군가 마스크를 벗고 기침을 할 때마다, 여럿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할 때마다, 또는 회식이나 단란주점 등 불필요한 모임을 하려고 할 때마다 충주시 홍보맨 김성태 주무관이 등장한다. 상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 그는 관 대신 스티로폼 박스를 어깨에 걸치고 흥겨운 배경음악에 맞춰 관춤을 춘다. 그것은 '공무원 간 갭댄스(Coffin Dance)ㅣ 관이음ㅣ feat. 생활 속 거리두기' 영상의 내용이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감염돼 죽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인터넷에서 밈으로 뜨거웠던 가나의 관춤을 패러디하며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 동영상은 현재 500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유명한 동영상이 됐다. 이는 청와대와 서울시를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공공기관의 홍보 채널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현재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전국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도 관할구역 내 대국민 홍보를 다양하게 하지만 모두 단순히 관내에 포스터를 붙이거나 버스나 지하철 광고에 그치는 수준에 불과하다.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로 대표돼 온 기존 공무원사회의 다소 정형화된 방식 속에 아직도 갇혀 있는 것이다.하지만 이와 달리 충주는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SNS와 유튜브라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 이는 기존의 허례허식을 버리고 국민 친화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다가가 다소 파격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소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한 충주시는 청와대와 서울까지도 제치고 국가 지방자치단체 유튜브 중 압도적인 조회수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부산경찰 공식 페이스북 계정 부산경찰이 이러한 충주시 유튜브 흥행 이전에 그에 앞선 원조 주자가 있었다. 바로 부산경찰이다. 부산경찰은 공공기관의 SNS 활용 소셜 마케팅 성공의 가장 시발점으로 꼽힌다. 2012년 6월 17일 페이스북 '부산경찰' 계정을 개설한 게 시초였다. 부산경찰은 범죄자를 검거하는 무서운 이미지가 아니라 늘 곁에 있는 민중의 지팡이와 같은 콘셉트로 계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실 범죄를 다뤄 범인을 검거하고 사회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공권력의 특성을 고려하면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울 것이다.하지만 부산경찰은 말을 건네는 투로 친구처럼 편안하고 친근하게 지내면서 수평적 관계로 시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많이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신세대의 눈길을 끄는 재미있는 웹툰, 영상 같은 콘텐츠도 활용했다. 이처럼 친밀감을 콘셉트로 한 부산경찰페이스북은 관할서 내의 사소한 이야기부터 지역경찰이 시민과 협력해 도와준 현장의 감동 사례를 주로 올렸다. 강력범죄자 공개수배처럼 조심해야 할 정보를 마냥 안내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콘텐츠를 구성한 것이다.
또 뺑소니 사건과 절도 사건의 목격자를 찾는 글도 올렸다. 작은 제보를 통해 사건 해결을 돕고 경찰과 시민이 함께 범죄자를 검거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받은 제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할 경우 제보자에게 표창장을 보내고 그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려 다른 시민의 제보까지 촉진하는 선순환 고리까지 만들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산경찰은 경찰이 시민을 일방적으로 돕고 보호하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경찰과 시민이 서로 돕는 관계임을 과시할 수 있었다. 또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지금은 세상이 서로 돕는 따뜻한 세상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궁극적으로 부산경찰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까지 구축했다.
제4회 대한민국 SNS 대상을 수상한 부산지방경찰청 한국소셜콘텐츠진흥협회 결과, 그 공로를 인정받은 부산지방경찰청은 2013년 8월 '2013 대한민국 SNS대상 비영리부문 최우수상'을, 2014년 '제4회 대한민국 SNS대상'에 이어 2015년 '제5회 대한민국 SNS대상' 공공기관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또, 부산 시민을 넘어 전 국민에게 사랑받아 부산 경찰 페이스북의 팔로워 수가 32만명에 이르렀다. 이러한 국민들의 사랑에 힘입어 당대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던 대표 방송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2015년 12월 19일과 26일, 2016년 1월 2일까지 3회에 걸쳐 공개수배 특집으로 방영되었다.이처럼 부산경찰과 충주시의 사례처럼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에서 마케팅을 적용하는 것을 공공마케팅이라고 부른다. 공공마케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공공기관에서도 마케팅을 한다는 사실은 좀 생소할지 몰라도 정부마케팅(Government Marketing)에서 시작된 공공마케팅은 사실 1960년대부터 존재했던 개념이다. 마케팅 연구자 필립 코틀러와 시드니 레비가 1969년 발표한 '마케팅 개념의 범위 확장(Broadening the concept of Marketing)' 이론이 시초였다. 이들이 마케팅 영역을 수익이 발생하는 기업 영역에만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행정 또는 공공 영역으로 확장해 적용해 공공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확립됐다.공공마케팅은 정부마케팅 또는 행정마케팅이라는 명칭과 혼재되어 사용되는데 모두 하나의 개념을 일컫는 동의어다. 공공마케팅을 한 문장으로 간단히 정의하면 정부기관의 행정활동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자체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고 할 때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기관도 시행하기 전의 환경을 분석하고 시장을 조사한 뒤 STP 전략을 수립해 시장 세분화, 타겟팅, 포지셔닝을 진행한 뒤 어떤 채널을 통해 유통되고 어떻게 홍보할지 계획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정부마케팅과 경영마케팅의 비교 김선비의 마케팅실록 공공기관의 정부마케팅과 사기업의 경영마케팅을 비교하면 정부마케팅은 전 국민에게 행정서비스를 홍보한다면 경영마케팅은 타겟팅한 특정 고객군에 집중해 제품을 홍보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밖에도 모든 과정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공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윤만 추구하는 사기업의 마케팅 활동과 다를 수밖에 없다. 먼저 들은 예로 충주시에서 충주 특산물인 옥수수와 고구마를 홍보하거나 부산지방경찰청에서 사건 해결 사례를 시민들에게 보고한 사례를 적용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그렇다면 정부기관의 행정집행은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데 왜 굳이 마케팅까지 진행하며 일일이 국민에게 홍보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공공마케팅 등장 배경인 납세자의 반란 캘리포니아 주민발 13개에서 찾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 발의 13UCLA 디지털 도서관 당시 캘리포니아의 집값이 급격히 오르고 재산세도 함께 급등해 주민들이 세금 부담을 덜게 됐다. 결국 주민들이 과도한 납세에 집단 반발해 세금 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주민 발의를 통해 재산세에 대한 상한선을 설정했는데 이 사건이 캘리포니아 주민 발의 13개다. 이때 부동산 자산의 세금이 1%를 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결의됐고 결국 재산세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던 주정부의 재정 파탄을 초래했다.정부에 세금은 재정원이기 때문에 기업의 매출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세금을 많이 걷지 못해 재정 부족에 시달리다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해당 사건을 통해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국가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행정정책의 실효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납세자들은 자신들의 세금이 낭비된다고 느끼고 세금 납부에 반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부는 국가 재원인 세금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국민에게 마케팅을 통해 홍보하고 국가가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공공마케팅의 의의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까지 이른 원인은, 공공 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함으로써, 서비스 공급의 독점을 상실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 이상 정부에서 독점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국민의 입장에서 선택권이 많아지고 국민의 말에 더욱 힘이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국가기관은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국가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공공마케팅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른 마케팅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주시와 부산경찰의 사례에서도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으로 평가받았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잘못하면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난과 함께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따라서 소셜 마케팅이 아무리 현 시대에 맞는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라 하더라도 공공기관에서 사용할 경우 좀 더 신중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채리 기자 cherry1916@naver.com <저작권자©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공기관과 유튜브, 두 사람은 공익과 사익이라는 양극단의 위치에 놓여 있어 서로 접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공익... www.iconsumer.or.kr